2020년 01월 태고사 주지 형전스님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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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최고관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20-01-17 13:40 조회2,341회 댓글0건본문
새해를 맞이 합니다.
올 경자년에는 복을 많이 짓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.
태고사는 지난 12월 말에 큰 눈이 왔습니다. 50cm 넘게 와서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거의 재난 수준의 일을 겪었습니다. 물론 태고사에 사는 것은 거의 서바이벌 생활이었지만 막상 세상과 단절되니 답답하기도 했습니다. 겨울은 눈이 와야 그 맛이 납니다. 하지만 이번 폭설은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었습니다. 태고사 대중 스님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태양열 판넬에 쌓인 눈을 제거하고 태양이 뜨기를 기다리는 것... 건물이 얼지 않게 보일러를 돌리는 일, 그리고 도량에서 다닐 수 있는 길을 트는 일 밖에 없었습니다. 법당도 올라가기 힘들어서 관음전에서 간단히 예불을 드려야만 했습니다. 이렇게 극한 상황에 놓여 있는데도 세상 걱정이 생겼습니다.
원래 겨울 청소년 캠프를 해야 하는데 폭설로 인해서 멀리 텍사스에서 온 아이들도 태고사를 보기가 힘든 상황이니 말입니다. 이런 상황 앞에서 참으로 자연에게 할 수 있는 일이없다는 현실을 절감하게 됩니다. 더욱 겸손하게 살아야 함을 배웠습니다. 그리고 그저 기다림의 시간을 몇 일을 보냈습니다. 간간히 아침에 나가면 눈 사이로 토끼 발자국이 생명의 존귀함을 느끼게 했습니다. 나무들은 너무 한꺼번에 온 눈으로 인해 자연적 가지치기 작업을 시작 했습니다. 키가 큰 나무는 잘려지고 많은 가지를 가진 나무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잘려져 나갔습니다. 이것이 자연의 법칙인 것 같았습니다. 그래도 다행인 것은 날씨가 많이 춥지 않고 또 눈이 아주 천천히 녹는 상황에 감사 기도를 올리게 됩니다.
2019년을 이렇게 마무리 하다보니 그저 2020년이 다가 왔습니다. 불교에서는 시작과 끝이 따로 있지 않습니다. 생노병사, 성주괴공이 그 원의 한 점일 뿐이지요. 오늘도 감사 기도 올립니다. 햇빛이 나서 전기를 주어서 감사하고, 눈이 와서 올해 물은 좀 넉넉할터니 또 그 점에 감사 기도 올리는 날입니다.
여러 불자님들은 오늘 감사한 일이 무엇이 있었는지요?
1월에는 태고사에 정초기도, 일년기도 올리지 않으시겠습니까? 불자님들의 소식을 기다립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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